
그날이 특별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중의 하루였고,
누군가 기억해 줄 만한 기념일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8월의 어느 비 오는 밤이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는데도
나는 아직 그 밤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날은 폭우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운전하는 나의 속도를 줄이게 했고,
멍한 머리에 집중하게 했습니다.
공기는 눅눅했지만 차갑지는 않았습니다.
그날의 온도와 냄새,
젖은 아스팔트 위로 번지던 불빛까지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기억하려 애쓰지 않아도
그 장면은 마음속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마지막까지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조금 지쳐 보였을 뿐이고,
조금 말수가 줄었을 뿐이었습니다.
서로에게서 마음이 멀어지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도 애써 모른 척했습니다.

헤어진 뒤 사람들은 말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계절이 바뀌면 감정도 함께 바뀐다고요.
실제로 계절은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여름은 지나갔고,
가을과 겨울을 건너 다시 봄이 오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마음은 아직도 8월에 머물러 있습니다.
나는 그 사람을 하루 종일 떠올리지는 않습니다.
일상을 살고, 웃기도 하고,
다른 생각을 하며 하루를 보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득 비가 오는 밤이 되면
아무 예고 없이 그날로 돌아갑니다.
그날의 공기,
그날의 감정,
그날의 마지막 문자들이
현재처럼 다시 살아납니다.
그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으며,
그날의 나를 떠올리고 있는듯 합니다.
아직 무언가를 붙잡고 있었고,
아직 끝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8월의 비오는 그날 밤의 나를...
이별은 끝났지만
감정은 정확한 날짜에 멈춰 서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잠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듯 합니다.

비 오는 밤이 모두 슬픈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비 오는 밤은
마음을 오래 붙잡아 둡니다.
그날이 바로 그런 밤이었습니다.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았지만,
돌아보니 많은 것이 끝났던 밤이었습니다.
나는 이 감정을
억지로 밀어내지 않으려 합니다.
아직 8월의 비 오는 밤에 있는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만큼 진심이었고,
그만큼 소중했던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이 비가 그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 밤도
조금은 흐려질 거라 생각합니다.
아직 그밤에 내가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은 흘렀지만,
나는 아직
8월의 비 오는 밤에 있는 듯합니다.
폭우가 내렸고, 너가 너무 보고싶은 날이었습니다.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우리 둘만 아는 기억이라서, 잊지 않고 간직합니다. (0) | 2026.01.27 |
|---|---|
| 함께였던 시간이 당연한 게 아니었음을 이제야 깨닫게 됩니다. (0) | 2026.01.26 |
| 사라진 건 사람이 아니라, 말할 기회였습니다. (0) | 2026.01.24 |
| 사라지지 않는 추억들이 나를 살아가게 합니다 (1) | 2026.01.22 |
| 마음이 아물어지는데는, 정해진 시간이 없습니다. (0) | 2026.01.21 |